이모저모2018. 1. 30. 04:00

약 3주전 친구에게 전화번호 하나를 건네 받았다. 정말 괜찮은 여자라면서 연락해서 한번 만나보란다. 이름과 나이 그리고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알게 됐다. 전화번호를 받았지만 연락은 하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소개팅을 해본 적이 없어 낯설었다. 뭔가 또 준비해야 한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지금 인생의 중요한 일을 준비 하고 있다. 한편으론, 이렇게 부담스러웠던 이유 중 하나가 나보다 한살 연상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친구들끼리 말한다. 이제 여자를 사귀면 가야 하는 나이라고. 하긴 배우자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어딨겠는가.


지난 주 친구 가게에 갔다가 소개해 준 친구가 그 곳에 앉아 있는 것이다. 속으로 뜨금 했다. 욕 바가지 먹겠구나 싶었다. 역시나 '너 아직도 연락 안했냐'고 핀잔을 들어야 했다. '오늘 할거야. 마음에 준비가 안됐어.'란 핑계를 되지만, 가게 주인놈도 시누이가 되어 한 말 거든다. 빨리 만나보라면서 자기도 일면식이 있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하며 끝은 훈훈하게 마무리한다. 나는 그날도 전화 안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고 있으니 매일같이 득달되기 시작해서 결국 어제 전화를 해야했다. 

뭐라고 해야할까? 안녕하세요? 누구누군데요. 우리 만나요? 이러면 되는 걸까? 이상하게 느껴졌다. 책상 앞에 아직 펼쳐 놓지 않은 탁상용 달력에 이것 저것 적어본다. '안녕하세요? 홍길동입니다. 날씨가 참 춥죠.?' 아어 이 뻔한 멘튼 내 입에 이단발차기 하고 싶어진다. 다시 '안녕하세요? 홍길동입니다. 먼저 연락을 일찍 못드린점 죄송합니다.....' 그래 이거 맘에 든다. 이렇게 시작하자 나쁘지 않아. 역시 블로그를 쓰는 사람이라 다르긴 다르구나하며 자화자찬 합니다. 


그럼 두번째 질문은 '우리 만나요'다. 또 아주 젠틀하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이번 주말은 시간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묻는다. 사실 나도 이번주에 약속이 있어 약속 잡히면 친구에게 욕을 먹더라도 취소해야 싶었다. 그러나 이번주에 약속이 있다고 한다. 이 말 앞에 '전화가 없으셔서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불행이라고 할까 암튼 그랬다. 그런데 이런 변수에 대해 응대는 적어놓지 않아 말이 꼬이기 시작했다. 말이 꼬이는 건 예상은 했다만 이렇게 약속이라 한듯 꼬이니까 왜이렇게 웃기던지....

버버 거리면서 계속 말을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당연히 다음주는 어떨까요? 라 묻는다 다음주는 괜찮다고 한다. 그럼 다음 주 중에 전화한번 드리고 약속 장소 잡아요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고 손 떨리고 버버 거리는 지 혼났다. 그래도 전혀 부정적이거나 기분 나쁜 감정이 아닌 좋은 감정으로 느껴진다. 다음 주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Posted by 웰라